벼농사는 우리 농업의 근간이다. 재배 면적뿐만 아니라, 곡식 생산량에 있어서도 단연 최고다. 가을에 수확한 벼에서 왕겨를 벗겨 현미를 만들고, 다시 현미를 도정해 우리가 보통 밥으로 먹는 백미가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벼의 부산물인 왕겨와 쌀겨가 생겨난다. ㈜에버그린 신경순 대표는 이 부산물을 활용한 기술로 토양에서 생분해되는 육묘용 폿트와 바이오필름을 개발했다.

2009년 10월에 설립된 ㈜에버그린은 바이오매스(Bio-mass) 등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의 제조와 판매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친환경'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 ㈜에버그린의 행보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와 별개로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의 어려움, 토양 오염 등의 환경 문제 등도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에버그린 신경순 대표는 친환경 천연자원을 활용한 일회용품이라는 대안을 내세워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친환경 천연자원을 활용한 일회용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업은 다름 아닌 농업이다. 최근 육묘용 폿트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제초작업에 효과적인 비닐 멀칭재배가 보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폐비닐 발생 건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발생량에 비교해 수거량은 절반을 간신히 넘길 정도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곳곳에서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이 토양에 방치되고 있는 걸 보곤 합니다.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친환경 폿트나 피복제품이 여러 차례 개발되어 왔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대량생산이 어려워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가격이 비싸니 농가에서는 자연히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었어요."

기존에도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가 개발되기는 했지만 멀칭비닐 생산은 아예 불가능했고, 용기의 경우에는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으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게다가 성형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매우 높았다. 때문에 일부 특수한 용도 외에 범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신경순 대표는 시작부터 친환경성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해야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경순 대표는 왕겨와 쌀겨 등의 벼 부산물에 주목했다. 그동안 왕겨는 연간 116만 톤, 쌀겨는 40만 톤으로 다량 생산되고 있었지만 활용도는 지극히 미미했다. 왕겨는 축산시설 깔개로 사용한 후 퇴비로 이용되었고, 쌀겨 역시 70% 이상이 가축사료용으로 이용되는 데 그칠 뿐이었다.

"농산부산물 바이오매스 발생량을 살펴보면, 벼는 보리나 대두 등의 작물에 비해 재배 면적이 월등히 많습니다. 당연히 단위 면적당 발생량을 비롯해 연간 발생량도 압도적으로 많고요."

현재 바이오매스는 첨단 신소재 개발과 신재생 에너지 자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소재다. 바이오산업은 2013년에 탄소세가 도입을 앞두고 친환경 인증 및 식별표시제도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데다, 원유 등의 국제 원자재 상품가격이 날로 치솟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녹색성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바이오 플라스틱 등 바이오매스로 만든 제품 활용도가 높다. 따라서 벼 부산물이라는 천연자원을 활용하는 산업은 향후 전망에서도 승산이 있었다.이처럼 ㈜에버그린이 농촌진흥청과 함께 벼의 도정부산물인 왕겨와 쌀겨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에 나선 것은 시대적인 흐름과 요구에 부합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수거되지 못한 폐비닐은 토양과 하천의 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농촌 환경을 저해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기존의 비닐은 200년이 지나도 썩지 않기 때문에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 토양에 치명적인 해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에도 장애가 되고요."
 
 

 
 
 

㈜에버그린은 농촌진흥청 기능성작물부의 한상익 박사 연구팀과 공동개발에 매달린 결과, 벼 부산물인 왕겨와 쌀겨를 주성분으로 하는 생분해성 친환경 육묘용 폿트와 바이오필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에버그린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기술사업화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하고, 생분해성 육묘용 폿트와 멀칭용 바이오필름에 대한 특허 2건에 대한 전용 실시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화를 위한 기술자문과 마케팅 컨설팅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화의 길을 트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연구개발성과 실용화 지원사업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농업용 멀칭 필름 생산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현재 계획은 충남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해 설비를 두 세트 정도 갖출 생각이에요. 일정이 확정되면, 내년 초부터는 농업용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려고 합니다. 지금 농업진흥청과 협의하면서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료 배합비를 달리해서 다른 작물에도 적용해보자는 의견도 있고요."

㈜에버그린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선보인 육묘용 폿트와 멀칭용 바이오필름은 생분해성 성분이 최대 95~100% 함유되어 있는 그야말로 친환경 제품이다. 더구나 작물 생육과 더불어 토양 중에서 자연스럽게 생분해되어 수거의 불편함도 전혀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바이오필름은 농업용 멀칭비닐과 비교해 친환경 소재 원료인 펠렛 제조 공정 추가로 인한 10~20% 정도의 원가상승 요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폐비닐 수거비용과 폐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30% 이상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다.

"현재 농업 멀칭용 생분해성 바이오필름을 평창과 영월 등지의 준고랭지 배추 농사 등에 현장 적용해둔 상태입니다. 일반 검정색 비닐로 피복했을 때보다 배추 작황이 좋아서 농협 담당자가 궁금해 할 정도에요. 나중에는 3개월·6개월 등 생분해되는 기간을 일정하게 만든 제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에버그린에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검증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신경순 대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농업용은 물론 식품 트레이와 같은 산업용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자연에서 비롯한 친환경 기술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푸르게 가꾸어주는 든든한 뿌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문의 | ㈜에버그린 신경순 대표
출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FACT 매거진 제31호 2012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