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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고]바이오 플라스틱
작성자 tawake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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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나게 12라는 숫자가 많았던 2012년 12월 12일 12시 12분 12초는 다시 오지 않는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많은 발명품들이 생각치도 못 했던 부작용에 당면하기도 한다. 오늘은 플라스틱의 발명과 그의 변모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흥부 바가지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바뀌고 난 후 세상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플라스틱은 목재, 석재, 금속, 유리 제품들의 가공성, 이동성, 내구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 발명됐던 게 아니라 1만달러의 상금을 타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세기 동안 장식품의 손잡이는 물론, 당구공에 이르기까지 상류사회의 고급 부품들은 모두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었는데, 수요가 늘면서 아프리카 코끼리의 수가 점점 줄어들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당구공 제조업자 펠란과 콜렌터는 상아를 대체할 수 있는 당구공 재료를 발명하는 자에게 1만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는 광고를 했다.
 

상금을 타기 위해 미국의 과학자 하이어트(John Wesley Hyatt, 1837~1920년)는 끊임없이 연구에 몰두한 결과, 1670년 '셀룰로이드'라는 합성수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게 플라스틱의 원조였던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에서 조금 부족하였는데, 1907년 벨기에 태생의 미국인 화학자 베이클랜드(Leo H. Baekeland, 1863-1944)가 완성도 높은 합성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를 최초로 만들어 냈다.
 

이것들은 다시 화학공업의 발달과 함께 진보해 오늘날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플라스틱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 뒤 100년도 안 돼 플라스틱은 각종 생활필수품, 농업용, 완구용,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 선박,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를 넓혀 가면서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기에 플라스틱은 20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준 하느님의 축복인지도 모른다. 또한 당구공 한 개를 만들려면 50개의 상아가 필요했던 시절 멸종위기의 코끼리를 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소재산업을 지배해온 플라스틱의 영광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플라스틱의 여러 장점 중에서 썩지 않는 성질은 오히려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 시켰다.

독일 Wiesbaden의 포장연구위원회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떤 물질이 생산된 뒤 폐기되기까지 필요로 하는 에너지양과 환경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Life Cycle Assessment 결과,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이 목재, 철, 알루미늄 혹은 유리를 사용하는 것보다 1/4 무게, 1/2 생산 에너지, 1/2 생산 비용, 1/2쓰레기 부피라는 것이다. 즉, 플라스틱만큼 환경오염을 덜 시키는 것도 없다는 것이며, 게다가 가볍기 때문에 수송에너지 절약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물 1.8L를 유리 용기에 담으려면 0.5kg의 유리가 소요되나 플라스틱의 경우 겨우 1/10에 해당하는 0.05kg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폐기 시 썩지 않는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썩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녹색기술로 등장한 것이 바로 '바이오플라스틱' 제품기술이다. 바이오플라스틱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플라스틱은 석유나 석탄을 기본 원료로 해서 만드는 데 반해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성질은 비슷하지만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을 총칭하는 생물자원(바이오매스, Biomass)을 원료로 해 생물/화학적 전환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자연조건에서 썩어 없어지는 생분해성 물질들이 많다. 태워버린다고 해도 원료인 식물이 성장하면서 광합성을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대기 중의 CO2 총량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된다.

최근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지에는 코카콜라 병을 'Plant Bottle'로 만드는 등 이미 25억 개가 넘는 식물성 플라스틱 음료 용기들이 개발돼 그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는 바이오연료에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기 등은 물론 모든 공산품들이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될 것이며, 편리하게 잘 쓰다가 버리더라도 쉽게 썩어 거름이 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 세상을 기대해 본다.

 
 


/황인택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3/01/11 [13:47] 최종편집: ⓒ 계룡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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